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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임금제 폐지 (야근수당, 서비스업, 복지사)

by 경제공부와 정책 다 알려줄게 2026. 3. 13.

종합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할 때 저는 매달 고정된 야근수당 4시간을 받았습니다. 실제로는 월 10시간을 훨씬 넘게 일했지만 말이죠. 운영팀 동료들은 별다른 업무 없이도 같은 야근수당을 챙겨갔고, 저희 서비스지원팀과 지역사회연계팀은 밤 10시, 11시, 새벽 12시까지도 서슴없이 일하며 진이 빠져 퇴근했습니다. 지문 출퇴근 기록은 남기면서 정작 근로시간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이 모순적인 상황이 포괄임금제의 민낯이었습니다.

포괄임금제와 공짜 야근의 구조

포괄임금제란 기본급에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을 미리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 계약 방식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고정된 금액을 받는 구조입니다. 고용노동부는 2025년 상반기까지 포괄임금 오남용을 원천 금지하고 근로시간 기록 관리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하지만 법 개정 전까지 현장에서는 여전히 청년 노동자들이 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복지관은 시청 예산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호봉제 기본급에 월 4시간의 야근수당이 책정되어 있었습니다. 문제는 팀마다 업무 강도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운영팀은 보수공사만 없으면 정시퇴근이 가능했고, 심지어 일 없이 여유롭게 저녁을 먹으며 야근수당을 챙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반면 저희 팀은 서비스 회의가 있는 날이면 빠르면 8시, 늦으면 11시까지 업무 처리를 했습니다. 월 10시간은 기본이고, 행사가 겹치면 15시간까지도 넘어갔습니다.

다른 중소기업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 어이없는 상황도 많았습니다. 야근을 전혀 하지 않는데도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공짜로 1시간씩 ChatGPT와 놀다가 퇴근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제대로 일하는 사람은 수당을 못 받고, 일 안 하는 사람은 수당을 챙기는 이 기형적인 구조가 포괄임금제의 현실입니다.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르면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합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하지만 포괄임금 계약을 맺으면 이 법정 가산수당 규정이 사실상 무력화됩니다. 저희처럼 지문 출퇴근 기록을 남기면서도 정작 실근로시간은 임금에 반영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하는 겁니다.

서비스업 종사자를 위한 실질적 야근수당 정책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돌봄 서비스 종사자 같은 서비스업 노동자들은 '보람'이라는 단어로 저임금을 감내하도록 강요받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보람 있는 일이라도 근무활동에 비해 턱없이 적은 월급을 받으면 소진(burnout)이 빨리 찾아옵니다. 소진이란 정서적·신체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감정노동까지 겹쳐 일반 사무직보다 소진 위험이 훨씬 높습니다.

정부는 중소기업 연말정산 혜택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정작 필요한 곳은 서비스업입니다. 제 생각에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세제 혜택과 임금 지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진정한 복지국가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복지 서비스의 질은 결국 현장 인력의 처우에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서비스업의 실제 근무시간을 온전히 반영한 야근수당 지급 체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 전자 출퇴근 기록을 의무화하고, 기록된 시간만큼 법정 가산수당 지급
  • 사회복지시설·의료기관 등 서비스업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
  • 서비스업 종사자 임금 지원 예산 확대 및 세제 혜택 신설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 악용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법 위반 시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법 개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예산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시청이나 정부 기관에서 복지시설에 책정하는 인건비 예산부터 실근로시간 기준으로 재편되어야 합니다.

저는 복지관을 떠난 뒤에도 여전히 그곳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생각합니다. 밤 10시가 넘어서도 민원 서류를 정리하고, 다음 날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지역사회 네트워크 회의록을 작성하는 그들의 노동이 제대로 보상받기를 바랍니다. 퇴근 후 취미생활을 즐기고, 가족과 시간을 보낼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포괄임금제 폐지는 단순히 임금 문제가 아닙니다. 일하는 사람의 존엄과 건강, 그리고 우리 사회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이 걸린 문제입니다. 정부가 진정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공정한 임금을 원한다면, 서비스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예산 지원으로 답해야 합니다. 그래야 복지국가라는 말이 공허한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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